흉터는 언제 자리 잡을까요? ① 상처가 흉터가 되는 4단계
이번에는 다소 진지한 내용을 써보려고 해요. 학문적인 내용도 있지만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빼고, 흉터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담았어요.
흉터는 변해요
흉터는 다쳐서 생기기도 하고, 수술을 받아서 생길 수도 있고, 여드름 같은 사소한 자극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다치거나 수술을 받아 피부가 손상되면 바로 흉터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흉터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아요. 처음에는 상처가 있겠지요. 이 상처가 어떻게 흉터가 되고, 또 흉터는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아보려고 해요.
시기별 변화
보통 상처가 낫는 과정을 4단계로 이야기해요. 먼저 이름만 살펴볼게요. 지혈기(hemostasis), 염증기(inflammation), 증식기(proliferation), 성숙기(maturation)예요.[1]
이런 순서로 이루어지는 과정이지만, 책의 챕터를 넘기듯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무지개 색깔처럼 서서히 바뀌는 편이에요.[2] 그래서 염증기와 증식기가 서로 겹쳐서 나타나기도 해요. 또 그 시기도 사람마다, 상처마다 다를 수 있어서 두루뭉술하게 기술되어 있어요. 책이나 논문을 읽어 봐도 시기를 정확히 나누기보다는 범위로 설명하고, 그 범위도 자료마다 달라요.[3] 그러니 우리도 대략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아요.
지혈기
지혈기는 다치자마자 일어나는데요, 당연하겠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요. 보통 수 초에서 수 분 안에 일어나는 과정이에요. 다쳐서 피가 난 경험이 다들 있으시겠지만, 누르고 있으면 보통 몇 분 안에 피가 멎지요.
염증기
지혈기와 거의 동시에 시작되는 염증기는 대략 3일 정도 지속돼요.[1]
병원에 내원하시는 고객님들뿐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분들도 염증이라고 하면 감염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염증과 감염은 서로 다른데, 간단히 말하면 세균 같은 병원체 때문에 생긴 염증을 감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달리 말하면 균 때문에 생기는 염증 말고 다른 염증도 있다는 것이고, 정상적인 상처 치유 과정에서도 염증이 일어나요.
염증에는 여러 세포가 관여하는데요, 세포 하나하나를 알아가기보다는 ‘여러 세포가 상처로 모여드는 과정이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 거예요.
왜 염증 반응이 일어나냐고요? 처음에는 손상된 조직, 상처로 들어온 세균, 조직 찌꺼기 등을 치우는 역할을 해요. 그러고 나서는 서서히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고 성장인자를 분비해서 다음 단계인 증식기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지요.
여기서 알아두셨으면 하는 건 이거예요. 염증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에요. 상처가 나을 때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증식기
염증세포들이 염증을 가라앉히고 성장인자를 분비하는 신호를 주면 증식기로 넘어갈 수 있어요. 증식기는 염증기 이후부터 3주 정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해요.[1]
염증기가 청소하는 단계였다면, 증식기는 임시 자재로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는 공사 단계예요. 처음부터 제대로 된 공사를 하면 좋겠지만, 우리 몸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빨리 회복하는 것을 우선시해요.
전쟁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바깥에 적이 많은 상황에서 성벽이 무너졌을 때, 처음부터 장인정신으로 벽돌을 하나하나 쌓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 임시방편으로 벽을 빠르게 막아두고 이후에 서서히 완성도를 높이는 쪽을 택하는 것이지요.
증식기에는 세 가지 일이 일어나요.
- 육아조직 채우기 (임시 재료)
- 표피 덮기 (재상피화)
- 상처 수축
각각에 대해서도 깊게 설명할 수 있지만, 너무 깊으면 지루하니까 넘어갈게요. 육아조직이 생길 때 혈관도 많이 자라 들어오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상처가 더 빨갛게 보여요.[4]
성숙기
성숙기는 증식기에 임시로 해둔 공사를 제대로 된 자재로 바꾸고 정리하는 마감 공사에 가까워요. 성형외과 교과서를 기준으로 약 3주째 시작되어 1~2년 동안 이어진다고 해요.[1],[4] 상처 치유 단계에서 가장 긴 기간이네요. 신기하게도 뒤로 갈수록 길어지는군요.
이 단계에서는 증식기에 일하던 세포들이 서서히 철수해요. 급하게 막 만들 일이 없어지기 때문일 것 같아요. 그리고 건축 자재를 실어 나르던 길인 혈관도 줄어들어요.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붉은기가 서서히 빠지게 돼요.
콜라겐은 상처에서 철근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인데, 엉성한 콜라겐(III형)에서 튼튼한 콜라겐(I형)으로 서서히 교체돼요. 정렬도 더 반듯해지고요.[1],[5] 그래서 흉터의 강도가 더 높아져요. 그래도 새로 만든 장벽인 흉터는 원래 피부가 가지고 있던 힘의 80%까지만 회복돼요.[4]
강도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밖에서 만져 보면 흉터는 오히려 더 부드러워지는데요. 이게 신기한 부분이에요. 성숙하지 않은 흉터는 혈관도 많고, 일꾼인 세포도 많고, 물 같은 붓기도 많고, 공사 재료도 많아서 누르면 더 딱딱했어요. 성숙이 진행되면 붓기가 빠지고, 혈관이 줄고, 세포들도 빠지면서 더 부드러워져요.
다음 편에서는
이번 글에서는 상처가 낫는 과정과 흉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에는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처 관리, 흉터 관리와 연관 지어 알아보려고 해요.
참고문헌
[1] Nuutila K, Varon DE, Sinha I. Wound healing. In: Gurtner GC, Neligan PC, editors. Plastic Surgery: Volume 1: Principles. 5th ed. Elsevier; 2024. p. 163–185.
[2] Jin C, Jin Y, Ding Z, Srey Nuch K, Han M, Shim J, Chien PN, Heo CY. Cellular and molecular mechanisms of wound repair: from biology to therapeutic innovation. Cells. 2025;14(23):1850.
https://doi.org/10.3390/cells14231850
[3] Lv K, Xia Z. Chinese expert consensus on clinical prevention and treatment of scar. Burns & Trauma. 2018;6:27.
https://doi.org/10.1186/s41038-018-0129-9
[4] Griffin MF, Fahy E, Hu MS, Zielins ER, Longaker MT, Lorenz HP. Scar prevention, treatment, and revision. In: Gurtner GC, Neligan PC, editors. Plastic Surgery: Volume 1: Principles. 5th ed. Elsevier; 2024. p. 187–205.
[5] Ireton JE, Unger JG, Rohrich RJ. The role of wound healing and its everyday application in plastic surgery: a practical perspective and systematic review.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 Global Open. 2013;1(1):e10–e19.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174176/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진단과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전문의 진료를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